오랜만에 프랑스 고전 영화 한 편을 골랐습니다. 그 유명한 카트린 드뇌브가 나오는 영화였죠. 처음엔 아름다운 영상미와 서정적인 멜로디에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배우들이 말을 안 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를 노래로만 이어가더라고요.
고백하자면 저는 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몰입이 확 깨지거든요. 이 영화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아차, 잘못 골랐다. 이걸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제목은 익숙한데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가는 영화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겁니다.
1. 적응하는 데 영화의 절반이 걸렸다
끄고 싶은 유혹을 참고 배우들의 표정과 멜로디에 집중하다 보니, 영화 중반쯤 신기하게도 귀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노래 대사들이 인물들의 감정선과 맞물려 들리더라고요. 화려한 원색의 배경들, 카트린 드뇌브의 눈부신 미모가 노래 가사와 섞이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전쟁 때문에 헤어지는 장면에서 흐르는 그 애절한 멜로디는 뮤지컬을 싫어하는 제 마음의 빗장도 조금씩 열게 했습니다. "저들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리움을 노래로 쏟아내고 있구나." 그제야 비로소 인물들의 감정이 제 가슴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적응하는 데 영화의 절반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 예상치 못한 눈물, 그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수년이 흐른 뒤 눈 내리는 주유소에서 우연히 재회하는 두 사람. 서로의 삶을 살아가며 덤덤하게 안부를 묻는 그 짧은 순간이, 노래라는 형식을 빌려 표현되니 훨씬 더 시리고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목이 메었습니다. 처음의 그 당혹스러움은 어디 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한참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습니다.
뮤지컬 형식이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감동을 느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 애잔한 음악이 깔리지 않았다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각자의 길을 가게 된 연인의 슬픔이 이토록 절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 이 영화가 196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명작으로 꼽히는지, 다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 하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가 갑자기 뮤지컬 영화 팬이 된 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가는 영화는 다시는 안 볼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명작이라 참고 봤고 덕분에 좋은 감정을 느꼈지만, 역시 저는 일상적인 대사가 오가는 담백한 영화가 더 좋습니다.
영화 취향이라는 게 참 묘하죠.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나한테는 안 맞을 수 있고, 안 맞는다 싶다가도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니까요. 비록 제 인생 장르가 되지는 못했지만, <쉘부르의 우산>은 낯선 형식을 견뎌낸 끝에 얻은 귀한 감동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루나의 필름 로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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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Luna)는 이 블로그 운영자의 페르소나입니다. 감성 음악 채널 Blue Cat Luna를 운영하며 음악과 영화, 일상의 감성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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